[#11] 현대 생활의 도시

[ 모더니즘, 사진 그리고 아방가르드 - 현대 생활의 도시 ]

글쓴이 민석킴 Minseok KIM

#11

모더니즘, 사진 그리고 아방가르드

어떤 점에서 파리는 이 서사의 전환점, 즉 예술이 된 민중 예술의 배경, 으로 이야기 될 수 있는가? 여기서 우리는 19세기 현대성의 탄생과, 이 기념비적인 개념 – 모더니즘 – 의 출현이 문화 예술 전반에 가져온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 앞에서 사진 이야말로 모더니즘의 상징적인 매체라는 점이 몇차례 강조되었다는 것을 떠올려 볼 수 있다. 그것이 단순히 사진의 발명과 모더니즘 도래 사이의 시기적 일치 때문인 것 만은 당연히 아니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여기까지 정치 · 사회 · 경제 ·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맥락들을 파악하고 복합적인 분석을 시도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이 장에서는, 이 도시가 가질 수 있는 세번째 지위의 설정을 시도하고, 2 차대전의 직전까지, 특히 전쟁에도 불구하고 20 세기의 벨에포크 la belle époque au XXe siècle 로 불릴 만큼 문화예술의 비옥함을 자랑했던 양차대전 사이 대도시 파리에 대한 분석을 목적으로, 이러한 맥락의 종합을 살펴볼 것이며, 또 사진의 탄생과 발전을 현대성 역사의 전개와 나란히 하여 살펴보자. 그리고 나아가 당시 예술가들, 주로 아방가르드 예술가가 이 서사 안에서 어떤 역할로 다뤄질 수 있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현대 생활의 도시

          19 세기 유럽에서 도래한 현대성과 모더니즘 개념이 20 세기 동안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우리 문화 예술 전반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가? 현대성 그 자체만 하더라도 수 많은 질문과 다양한 사회 · 문화적 경향의 출현을 낳았지만, 모더니즘에 대항해 그 반작용으로 등장하는 개념들과 다양하게 확장되는 담론의 영역들 까지 고려하면 그 영향력이 유례없이 지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연구가 현대성과 그 맥락을 고려해 살펴보고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없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처럼, 이 연구의 중심 축인 사진이 현대성과 맺는 관계가 매우 긴밀하고, 그렇기 때문에 여러 의미에서 19 세기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는 사진의 등장과 발전은 산업화, 자본화 그리고 현대화 개념과 함께 논의되는 것이 마땅해 보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발생했던 산업화가 야기한 현상과 변화를 상기하면서 논의를 시작 할 수 있다. 비약적인 산업의 발전과 그 영향은 앞서 첫번째 장 전체를 통해 자세히 다룬 것처럼(1). 19, 20 세기의 생활 전반에 걸쳐 발견된다. 특히 산업화는 생산과 노동구조 변화로 인한 도시집중현상, 생산력 확대로 인한 자본주의의 팽창과 확대, 그로 인한 소비중심주의 문화 또는 소비사회의 물질주의 등장, 몇몇 정치적 사건으로 인한 자유의 물결 형성, 나아가 도시 재정비와 근대화를 야기한다. 우리는 이 일련의 과정을 과거 사회로부터의 해방, 근대 사회로의 진입, 현대성의 탄생 그리고 모더니즘 등으로 부른다. 그러나 1890 년대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이러한 발전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훨씬 더 대두되었다. 예를 들어 소비주의의 확대에 대한 위험, 사회 계급 울타리의 붕괴 등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 흐름에 대한 저항으로서, 이 산업화, 자본화 그리고 근대화 아래에서 체험된 경험들이 모든 분야에서 가장 주요한 사회적 쟁점이 되었다.

          다르게 말하면, 이 쟁점들이 문화 · 예술 분야의 주의를 끌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 할 수 있다. 특히 문학과 비평 그리고 예술분야에서, 현대성에 대한 고민 또는 근대화의 변화로부터 나오는 다양한 질문이 당시 작가나 예술가들의 작업 안에서 가장 주요한 주제가 되었다. 예를 들어, 보들레르 Baudelaire 의 현대성 정의, 으젠느 앗제 Eugène Atget 의 근대화 이전의 파리 기록, 루이 아라공 Louis Aragon 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의 자본화와 근대화의 현대 도시 풍경의 문학적 묘사 그리고 벤야민 Benjamin 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 연구 등을 언급할 수 있다. 그들은 현대성의 맥락 안에서 작업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의 작업에서 모더니즘이 체험된 경험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요약하자면 보들레르의 작품에서는 – 그의 산문시에서 뿐만 아니라, 그가 남긴 미술 비평에서 역시 – 19 세기 중반 본격적인 근대 산업화에 박차가 가해지던 시기에 대한 묘사가 잘 나타난다. 도시를 산책하며 발견되는 오브제는 시의 소재가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형성된 도시의 변화와, 도시의 대중들 그리고 도시 사회에 대한 사유가 결국 현대성 정의로 귀결된 것으로 보인다. 앗제는 근대화 이전의 도시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가 화가나 아카이브 기관 등에 고용되어 일했다는 점을 미루어 보아, 그가 현대성에 대한 직접적인 의도를 가지고 작업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다. 실제로 그의 사진들 외에 그가 직접 남긴 어떠한 글도 발견되고 있지 않다(2).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의 작업이 어떤 점에서 발견되고 가치화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그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만 레이 Man Ray 와 베르니스 아보트 Berenice Abbott 등, 초현실주의자에 의해 근대화 이전의 도시를 기록한 최초의 사진가로 사진과 현대성에 관한 논의에 편입된다. 앗제에 관해서는 같은 장에서 곧이어 살펴보도록 하자. 그리고 아라공과 릴케의 작품도 이야기 할 수 있다. 아라공은 그의 작품 『파리의 농부 Le paysan de Paris(3)』에서 도시의 자본화와 현대화를 초현실주의 문학적 시도와 함께 담아낸다. 릴케는 그의 작품 『말테의 수기 Les cahiers de Malte Laurids Brigge(4)』를 통해 현대 생활의 도시의 시적 표현을 시도했다. 마지막으로 20 세기 모더니즘과 현대성 연구의 대표적인 작가로 벤야민을 빼놓을 수 없다. 정치 · 철학 · 예술 · 사회 · 문화 전반으로 뻗치는 그의 다양하고 비옥한 사유 안에서는 사진에 대한 고민도 발견된다. 더 나아가 그는 사진과 그 시대의 관계에 대한 기념비적 연구인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 L’œuvre d’art à l’époque de a reproductibilité technique(5) 』을 남겼다. 여기에 언급된 각각의 작업들은 뒤에서 다시 돌아와 자세히 다루어 보기로 하고, 현대성 이해와 함께 이 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이러한 모더니즘의 맥락들 – 산업화, 자본화, 현대화를 포함하는 – 그리고 위의 작업들에서 어떤 공통점이 발견되는지 하는 점이다. 재미있게도 이같은 변화와 전환의 맥락이 한 도시 – 현대 생활의 도시 파리 – 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다음) - #12. 사진의 발명과 발전 그리고 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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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의 첫번째 장, 이 시리즈의 4번째 글, « 예술과 아방가르드의 중심지 » 참조. https://atelier-km.tistory.com/56

[#04] 예술과 아방가르드의 중심지 : 파리, 예술과 아방가르드의 중심지, 민석킴

(2) Cf. Rosalind Krauss, Le photographique. Pour une théorie des écarts, op. cit.

(3) Louis Aragon, Le paysan de Paris, Paris, Gallimard, 1926.

(4) Ranier Maria Rilke, Les cahiers de Malte Laurids Brigge, traduit de l'allemand par Maurice Betz, Paris, Émile-Paul frères, 1926 ; réédition aux éditions Points, 1995.

(5) 발터 벤야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사진의 작은 역사 외, op, cit., 프랑스어 원문 -Walter Benjamin, L’Œuvre d’art à l’époque de sa reproductibilité technique, Œuvres, t. III, op, cit., pp. 269-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