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론
#001 부르디외의 『중간 예술』 서문
Introduction - Un Art Moyen - essai sur les usages sociaux de la photographie, de Pierre Bourdieu
이천이십이년 십일월 이십일일 프랑스 파리의 동쪽, 방센의 서재에서.
부르디외는 서문의 첫 문장으로 이 연구의 문제의식과 책의 동기를 밝힌다.
사진 행위와 사진 이미지의 의미는 과연 사회학의 연구 주제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하는가?
L'étude de la pratique photographique et de la signification de l'image photographique peuvent-elles et doivent-elles donner matière à sociologie ?
p. 15. / p. 17.
그리고 이어서, 사회학 연구가 사회학에 대한 사회학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하고 사회학 연구에서 객관주의 개념과 주관주의 개념이 표명되는 관습에 대해 언급한다. "무의미하다고 간주된 어떤 대상들을 과학으로부터 추방하고, 객관성이라는 구실 아래 사회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경험과 사회학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경험을 과학으로부터 배제하는 행위 [...]. [...] intention dondamentale qui s'exprime dans le fait de bannir de la science certains objets tenus pour insignifiants et d'en exclure, sous prétexte d'objectivité, l'expérience de ceux qui la font et de ceux qui en sont l'objet(1)". 그리고 이 언급은 19세기 발명품인 사진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펼쳐져온, 어쩌면 1839년 이후 10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끊임없이 소모되고 있을 사진 매체의 객관성과 주관성에 대한 논쟁의 이야기로 이어져 나간다. 사회학 분야에 대한 저자의 전문성과 깊은 사유가 돋보이는 글은 건너뛰고, 사진 이론에서 주목할 만한 묘사를 보자. 부르디외는 헤겔이 철학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을 인용, 언급하면서 다른 예술과 비교해 사진 매체가 가지는 특징을 분석해 보이고 있다.
우리는 헤겔이 철학에 대해 말했던 것처럼 사진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다른 예술, 어떤 다른 과학도, 누구나 자신이 왈가왈부할 것 없이 그것을 소유하고 있다고 믿을 정도의 최고의 경멸에 직면하고 있지는 않다."(2) 그림, 회화 또는 악기 연주 같은 보다 까다로운 문화 활동들과 달리, 또한 미술관 가기나 연주회 참석하기와도 다르게, 사진은 학교를 통해 이어진 문화도 전제로 하고 있지 않고, 일반인들이 그것에 접근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 최고의 고상함을 유지해온 문화적 소비와 행위들에 가치를 부여하는 학습과 '경험' 도 전제로 하지 않는다.
On pourrait dire de la photographie ce que Hegel disait de la philosophie : « Aucun autre art, aucune autre science, n'est exposé à ce suprême degré de mépris que chacun croie qu'il les possède d'un coup ». A la différence d'activités culturelles plus exigeantes, comme le dessin, à la différence même de la fréquentation des musées ou de l'assistance aux concerts, la photographie ne suppose ni la culture transmise par l'Ecole, ni les apprentissages et le « métier » qui confèrent leur prix aux consommations et aux pratiques culturelles communément tenues pour les plus nobles, en les interdisant au premier venu.
pp. 22-23. / p. 23.
이 묘사는 사진을 미학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해 보이며, 논리적으로는 사진에 관한 고전적 담론들과 같은 방식, 즉 다른 예술 매체와 대조해 설득하려는 전개가 비추어지기도 한다. 다음으로 부르디외는 왜 사진에 대한 가치분석이 미학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석이 될 수 있는지 그 단서를 제공하면서, 사진 매체가 미학적으로도 가치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학적으로도 가치있음을 강조한다. 아마추어 사진가의 활동, 카메라의 자동성, 선호된 선택 choix qui loue(3), 집단적 규칙과 집단의 공통된 체계들 개념을 따르면서 다음을 보자.
아마추어 사진가의 활동에서는, 사진가는 자신이 사용하는 카메라의 완벽함 정도를 그것의 자동화 정도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자주 카메라가 가능한 한 많은 작업을 자기 대신 해줄 것을 요구한다(4). 그렇지만 이미지의 생산이 완전히 카메라의 자동성에 귀속될 때조차도, 촬영은 여전히 미학적이고 윤리적 가치들을 갖는 선택 행위다. [...] 사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사진의 이론적 무한성 속에서 각 집단은 여전히 한정되고 규정된 일련의 주제, 장르, 구도를 선정하는 셈이다. 니체가 말하길, "예술가는 자신의 주제들을 선정한다. 바로 이것이 그가 선호하는 방식이다.(5)"
p. 23. / pp. 23-24.
(1) [글쓴이] 『중간예술』, 피에르 부르디외, 주형일 옮김, 현실문화연구, 2004., p. 15. / Pierre Bourdieu, Un art moyen - essai sur les usages sociaux de la photographie, Les éditions de minuit, Paris, 1965., p. 17.
(2) 헤겔의 Principes de la philosophie du droit (법철학 강요), 서문.
(3) [글쓴이] 『중간예술』, op, cit., p. 23. / Un art moyen, op, cit,. p. 24.
(4) 사진에 대한 평가들은 한편으로는 기술적 물체에 대한, 보다 정확하게는 자동기계에 대한 모든 대중 철학을, 다른 한편으로는 자생적인 진정한 미적 '이론들' 을 내포한다. 예를 들어, 사진을 하나의 예술로 간주하는 것을 거부하는 일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카메라를 피상적으로 자동기계로 규정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동시에 예술 활동에 대해 윤리적으로 강하게 채색된 생각에서도 비롯된다.
(5) Le Gai Savoir, 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