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경제 공황부터 파리 만국박람회까지 : 파리, 예술과 아방가르드의 중심지, 민석킴
[ 경제 공황부터 파리 만국박람회까지 : 파리, 예술과 아방가르드의 중심지 ]
글쓴이 민석킴 Minseok KIM
#02
파리, 예술과 아방가르드의 중심지
18세기 말부터 제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발생한 수많은 사건으로 인해서 파리는 당시 예술의 중심지로서 지위를 얻게 된다. 나아가 같은 기간 동안 이 도시에서목격되는특정목적에의한예술사조의출현등몇몇사건들은특히 주목해 볼만하다. 사진의 발명과 공표 그리고 보급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파리를 매혹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었고, 그러면서 세계 각지의 예술가들이 파리로 몰려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역사가 산업의 발전과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 차원에서 사회의 진보에 기반을 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파리의 지위 형성에 대한 맥락을 더 깊이 검토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차원으로 관점을 확장하기 이전에, 여기서는 먼저 예술 영역에서 이러한 지위의 향유와 관련된 주요 단편들 중심으로 유럽 역사의 일반 배경을 살펴보도록 한다.
경제 공황부터 파리 만국박람회까지
따라서 가장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시기의 설정과 관련하여, 일련의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 그 배경이 되는 범위를 어떻게 특정 할 것인가? 우리가 이 연구의 목적으로 하는 것은 결국, 모더니즘 영향에서 작업한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업 – 특히 현대성 modernité 과 그 역사를 공유하는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상이한 문화들의 교차에 대한 관찰과 그 사유의 확장이다. 그러므로, 연구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중심 축은 산업혁명의 발생과 진행 그리고 그 영향 까지가 될 것이므로, 이 장의 배경은 우선 몇몇 경제 위기들부터 파리 만국박람회 그리고 제 2 차 세계대전 직전까지의 시기가 될 것이다.
1. 몇몇 경제위기들
경제위기는 정치 · 사회 · 문화 전반의 복합적 영향으로 발생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정치 · 사회 · 문화 전반에 거대한 변화와 파도를 일으키기도 한다. 역사의 모든 요소들은 유기적 연결성에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기근으로 발생하는 인구감소와 식량부족 사태, 그 반작용으로 발생하는 농업과 산업 분야의 발전, 자본주의의 확장과 모더니즘 modernisme 의 도래, 그리고 이어지는 제국주의, 식민주의, 민족주의의 경향들, 그 사이의 긴장과 갈등으로 발발한 세계대전을 언급할 수 있다. 1940 년대 이전까지의 역사만 살펴보더라도, 전 세계에서 매우 위협적으로 발생한 사례가 여러 차례이다. 대표적으로 19 세기 빈번하게 발생한 대기근, 그 중에서도 1870~1890 년대 발생한 금융위기와 인플레이션, 마지막으로 1920~1930 년대 미국을 시작으로 프랑스와 영국으로 번진 세계 대공황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위기는, 도미니크 바케 Dominique Baqué 가 적절하게 인용한 한 기사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한편으로는 인류에 커다란 불행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 열심히 일하게 하고,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게 하기도 한다 : « 과학과 세계 (9 avril 1933). 경제위기가 전세계에 피해를 가할 때, 이 침체 안에서 프랑스가 여전히 그리고 계속해서 일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시시한 것이 아니고 의미 있는 것이다...(1) ».
그렇다면 특히 문화 예술 분야에서는 어떤가? 다음의 발췌는 경제위기가 사회, 문화 전반에 뿐만 아니라 지식인과 예술가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잘 보여준다 :
« 세계경제위기는 1930 년 여름 유럽에서 절정에 달했고, 그해 독일의 실업자 수는 과거 200 만 명에 못 미치던 수준에서 400 만 명으로 치솟았다.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이 처한 위기는 단지 대학 졸업자들의 높은 실업률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었다. 공연 금지가 계속되었고 언론 검열도 엄혹해졌다. [...] 나치 활동 확산에 앞장선 이론가들도 « 문화 위기 »는 사실상 본질적인 사회 위기라고 하면서 ‘위기’를들먹였다.(2) ».
불행하게도, 유럽 경제 위기는 사회적 불평등의 확대, 정치적 상황의 악화, 식량 문제 등을 연속적으로 유발했다(3). 거의 대부분의 영향이 유럽 역사에 비극을 가져다 주었다고 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면에서의 몇몇 작용은 결론적으로 순기능으로 작동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19 세기 중반, 즉 1850 년대 말에서 1860 년대 초반 프랑스에서는 이 경제위기가 특정 사진 산업의 거대한 경쟁을 이끌었고, 그 결과 새로운 시장을 찾으려는 사진 스튜디오들이 스스로 혁신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은 흥미롭다(4) . 이러한 연구는 더 넓은 의미에서 산업혁명으로 인한 과학기술의 진보, 소비 중심주의에 의한 대도시 형성과 모더니즘의 탄생 그리고 변화의 맥락 안에서 해석해볼 수 있는 문화 · 예술의 역사 등으로 연결될 수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특히 문학과 사진의 역사를 중심으로 뒤에서 다시 돌아와 다루도록 한다.
2. 산업혁명과 만국박람회
유럽뿐아니라전지구적영향을미쳤던몇몇경제위기그리고정치적 배경과 더불어서, 특히 프랑스 파리에 자본과 산업이 집중되는 계기가 되고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가 되도록 만들었으며 나아가 문화 · 예술 영역에서 비옥한 교차로를 형성했던 또 다른 요인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그것은 유럽에서 18 세기 말부터 19 세기 중반까지 동안,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혁명, 그리고 그 힘을 과시하고 자본과 산업의 집중을 모색하기 위한 무대로서 과도한 경쟁 속 열렸던 만국박람회이다. 오늘날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일반 관점에 따르면 1789 년 프랑스 대혁명 직전에, 1688 년 명예 혁명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성숙에 있었고 식민지배 등을 통한 경제적 안정에 있던 영국에서는 방직 기술과 증기기관의 발명 등 근대적 산업 발전, 즉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었다. 1789 년 혁명 이후 이 흐름은 프랑스에 이어졌고, 농업과 산업기술의 발전, 1839 년 루이 다게르 Louis-Jacques-Mandé Daguerre 사진의 발명, 나폴레옹 3 세와 오스만에 의한 파리 개조 사업, 1851 년 런던에서의 만국박람회에 이은 1855 년 첫번째 파리 만국박람회 그리고 마침내 기념비적인 1900 년 두번째 파리 만국박람회로 연결된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이 같은 성장은 공업화로 인한 농촌 인구의 이동, 도시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대도시화 현상을 만들었으며, 그리고 그에 따른 노동과 인권에 관한 다양한 사회문제들, 나아가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사회주의 운동의 물결 등을 낳기도 했다(5).
이 연구에서 산업혁명과 만국박람회를 중심으로 한 이런 일련의 맥락을 살펴봐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 이유는 위의 맥락들이, 이어서 살펴볼 ; 예를 들어 사진의 역사와 민중 예술의 관계, 현대성과 모더니즘 아래 체험된 예술 작품 – 문학과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 과 그 특징들, 나아가 작품에 드러난 문화적 정체성의 교차 그리고 그 효과와 평가 등의 주요한 맥락이자 요인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음) - #03. 전쟁의 발발과 정치 · 경제적 배경 : 파리, 예술과 아방가르드의 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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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ominique Baqué, Les documents de la modernité : anthologie de textes sur la photographie de 1919 à 1939, Paris, éd. Jacqueline Chambon, 1993, pp. 194
(2) Cf. Brenner Hildegard, La politique artistique du national-socialisme, trad. L. Steinberg, Paris, Maspero, 1980, 15 쪽 참조., dans 에르트무트 비치슬라, 벤야민과 브레히트 : 예술과 정치의 실험실, 윤미애 옮김, 서울, 문학동네, 2015, p. 181. 프랑스어 원문 - Erdmut Wizisla, Walter Benjamin et Bertolt Brecht : histoire d’une amitié, trad. de l’allemand en français par Philippe Ivernel, Paris, Klincksieck, 2015, pp. 118-119.
(3) Quentin Bajac, Clément Chéroux et François Denoyelle. 2012 (dir.). « Voici Paris : modernités photographiques, 1920-1950 », Cat. Exp. (Paris, Centre Pompidou, 17 oct. 2012.-14 janv. 2013). Éd. Centre Pompidou, Paris, 2012, p. 40.
(4) [강의노트 인용], Paul-Louis Roubert. Photographie, art populaire ? L’année universitaire 2020-2021. Paris : Université Paris VIII. : « 프랑스 사회는 1850년대 말부터 1860년대 초까지 걸친 경제위기로 타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 위기는 사진가들의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로 인해 당시의 사진 스튜디오 간의 경쟁이 심화하고, 사진업 종사자들이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고 확장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
(5) 이 시기 유럽 전반의 역사를 위해서는, 오늘날 고전작품으로 잘 알려진 다음의 책을 참고 할 수 있다. 프랑스어 원문 - Arnold J. Toynbee, L’histoire : un essai d’interprétation, trad. l’anglais par Julia Elisabeth, Paris, Gallimard, 1996., Arnold J. Toynbee, Les villes dans l’histoire : cités en mouvement, trad. de l’anglais par Marie Matignon, Payot, 1972. 그리고 특히 프랑스의 역사에 관해서는 다음의 책을 참고할 수 있다. 프랑스어 원문 - Maurice Crubellier, Histoire culturelle de la France : XIXe~XXe siècle, Paris, Armand Colin, 1974.